창경궁 방문기
눈이 많이 왔던 지난주 서울대 병원에 잠시 들렀는데 맞은편에 고즈넉이 펼쳐진 오래된 고궁이 잠시 나의 두 눈을 사로잡았고 한 번 들러봐야겠다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는데 그리하여 다음날 방문한 그곳이 바로 창경궁이다.
(머릿속으로 대략 생각했지만 창경궁과 창덕궁이 헷갈리는 까닭에 정확하게 창경궁인지는 몰랐다.)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오후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뒤 창경궁 입구로 들어가 본다.
(입장권은 1천 원이며, 교통카드로도 출구 통과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천 원 이상의 가치는 충분히 하는 곳이었다.)
입구를 지나니 내부는 온통 눈에 쌓여 있었고 평일 오후 한창 바쁠 시간대라 보니 사람들은 거의 없었는데 이미 지나간 몇몇 사람들이 눈 위에 남긴 발자국만이 새겨져 있었을 뿐 고요하다 할 정도로 조용했다.
몇 개의 문들과 돌다리를 지나치다보니 사극에서나 보던 명정전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중국의 자금성이나 다른 세계적 궁궐만큼 규모가 웅장하진 않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조선시대의 지어진 궁전이다 보니 기본적인 것들은 다 갖춰져 있는데 특히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러한 고전 건축물에 대해서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한 번쯤은 실제로 두 눈에 담아 보며 과거 이 곳에서 행해진 역사적인 사건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니 마치 다른 세상 속을 잠시 들여다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궁궐과 그 주변의 곧게 뻣어있는 나무들의 조화는 이곳의 고즈넉함을 더해 갔는데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이었고 더군다나 눈 쌓인 내부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모습으로 변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외부를 둘러싼 돌담으로 인해서 오가는 차들의 경적 소리만 보일뿐 외부는 잘 보이진 않는다. (높은 건물만 보일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 채로 홀로 한적하게 궁궐 주변 통로를 따라 크게 한 바퀴 걸어보니 이 곳은 완전히 외부와 단절된 세상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궁전과 그 건물들 그리고 자연만이 텅 빈 공간 속에 고요하게 존재했다.
대도심 속에 있지만 이 공간에만 집중하며 걸어보니 순간적으로 현실을 잊고 잠시 다른 세상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말할 수 없는 평온함을 가져다 주었다.
오래전 봤던 영화 마지막 황제 속 평생 성안에서만 살던 푸이황제가 우연히 성 밖의 개화된 세상을 보고 놀라워하던 장면이 문득 떠 올랐는데, 내게는 반대로 발전된 현재를 잊고 조용한 과거 속으로 돌아가는 경험이었다고나 할까...
이렇게 주변을 한가하게 둘러보니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었다.
서둘러 병원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궁의 극히 일부분만 둘러보았지만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평화로움을 맛볼 수 있는 절대로 단돈 천 원으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평온함이었다.
서울대 병원 바로 맞은편에 있다 보니 방문객 중 일부는 병원을 들렀다가 우연한 기회로 방문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도심 속에 위치해 어렵지 않게 이런 역사적 유산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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